황소자리와 플레이아데스성단
황소자리는 천청점 부근의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로 황도 12성좌의 제2자리에 해당하는 별자리입니다. 플레이아데스성단과 히아데스성단, 두 성단을 포함하고 있는 매우 드문 형태의 별자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등성은 알파 별인 알데바란으로 뒤따르는 자라는 아라비아어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소자리에 포함된 플레이아데스성단보다 늦게 떠오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지어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4월 20일에서 5월 20일에 해당하는 별자리이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 볼 수 있습니다. 찾는 방법은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을 서북쪽으로 쭉 연장하면 V자 형태의 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안에 1등성인 알데바란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다시 이어가면 플레이아데스성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황소자리에 포함된 플레이아데스성단과 히아데스성단에도 전설이 있습니다. 사냥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섬기는 플레이아데스 7명의 자매들이 사냥꾼인 오리온에게 쫓기자 신들이 자매들을 비둘기로 변신시킨 후 하늘에 놓아주었는데, 이를 불쌍하게 여겼던 제우스가 별로 만들어 하늘에 올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오리온자리에 황소자리에 멀지 않은 곳에서 황소자리를 향해 있는 것을 보면 어째서 이런 전설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히아데스성단은 거인 족 아틀라스와 여신 에트라인 사이에서 태어난 7자매입니다. 히아데스 자매의 오빠가 멧돼지에게 습격을 받아 죽게 되자 히아데스의 자매들이 몹시 슬퍼했다고 합니다. 역시 제우스가 이를 불쌍하게 여겨서 하늘에 올려 보낸 것이라고 합니다. 둘 다 7명의 자매라는 것이 놀라운데, 그만큼 성단이기 때문에 많은 별이 있어서 이렇게 많은 숫자의 자매들이라는 전설이 얽혀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우스와 유로파 그리고 황소자리
황소자리에 얽힌 이야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가장 유력한 이야기인 듯싶습니다. 그 이야기는 유로파(또는 에우로파)에 얽힌 이야기로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딸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별자리에 제우스가 얽혀있듯 황소자리도 제우스로 인해 생겨난 별자리입니다. 유로파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한 제우스가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해 황소로 모습을 바꾸고 페니키아로 내려가 유로파에게 다가갔습니다. 하얗고 투명한 뿔에 부드러운 눈을 가진 황소의 모습에 넋을 잃은 유로파를 등에 태우고 크레타 섬으로 그녀를 납치하여 후에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다고 합니다. 이때 제우스가 변한 황소의 모습이 별이 되어 지금의 황소자리가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우스가 크레타섬으로 향했다는 이야기에 과거 사람들이 크레타와의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고 싶어서 만들어진 이야기는 아니었겠는가 생각해봅니다. 둘 다 소에 관련된 이야기로 크레타섬이 등장하는 것이 마냥 우연은 아닐 것이니 말입니다. 실제로 크레타 섬으로 제우스와 유로파가 건너간 뒤 미노스와 사르페돈, 라다만투스라는 세 아이를 얻었고 후에 유로파가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온과 결혼하면서 자동으로 왕위는 제우스와 유로파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에게 계승되게 됩니다. 두 번째 황소자리와 연관된 전설은 바로 앞서 제우스와 유로파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의 신화의 중요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선사시대부터 형성되어 있었는데, 기원전 3000년 전부터는 지중해의 크레타섬을 중심으로 하는 크레타 문명이 그리스 본토에까지 퍼지면서 어려가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보면 아마도 과거부터 있었던 신화에 크레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제우스와 유로파의 이야기가 크레타와 연관되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생각일 뿐 실제와는 다를 수 있겠지만요.
현재 유로파는 후에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4대 위성 중 목성과 두 번째로 가까운 위성의 이름으로 붙여져 있습니다.
포세이돈의 황소와 파시파에
크레타의 왕 아스테리온의 왕위를 계승하는 때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역시 왕위 계승을 누가 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이때 미노스는 자신이 정당한 왕위 계승자라고 주장하고, 신들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을 증거로 주장합니다.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산 제물로 바치기 위해서 황소를 한 마리 달라고 빕니다. 그의 소원을 들은 포세이돈이 파도를 가르며 황소 한 마리를 보내줍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노스는 크레타 섬의 왕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훌륭한 황소를 아까워한 미노스가 약속된 황소를 제물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소를 바치게 됩니다. 당연히 포세이돈은 서약을 깨뜨린 미노스에게 분노하죠. 그래서 미노스의 아내인 파시파에가 황소를 사랑하도록 저주를 내립니다.
파시파에는 날이 갈수록 황소에 대한 연정이 커져서 당시 아테네에서 크레타로 망명해 있던 명장 다이달로스에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명장 다이달로스는 그런 파시파에를 위해 황소 가죽을 붙여 진짜와 구분이 가지 않는 황소 모형을 만들게 됩니다. 파시파에는 황소 모형에 들어가 포세이돈의 황소와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 사랑의 결과로 파시파에는 무서운 미노타우로스를 아들로 낳게 됩니다. 본디 할아버지인 아스테리온이라는 이름을 이어받았지만, 미노스의 소라는 의미로 사람들이 미노타우로스라고 불렀습니다.
미노타우로스는 난폭하고 사람을 잡아먹었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이런 미노타우로스를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만들어 가두는데 후에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는 전설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두 번째 전설에 기인하여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포세이돈의 황소를 헤라클레스가 잡게 되는데, 이때 잡힌 포세이돈의 황소를 황소자리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황소자리에는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가 있고, 어찌 보면 두 가지 이야기는 한 가지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두 번째 이야기가 더 좋습니다. 전체의 줄거리가 웅장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올해 겨울이 되어서 별을 볼일이 생기면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을 따라 황소자리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아마도 날씨 좋고 대기가 안정된 날을 잘 골라야 하겠죠. 이상 밤하늘에 관한 이야기들, 황소자리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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